너의 업무는
디지털 세상을 안내하는 텍스트 내비게이터
2024.11
조민아 선임은 복잡한 디지털 세상에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쉽고 빠르고 편안하게 이룰 수 있도록 길을 알려주는 UX 라이터입니다.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신한 SOL증권’의 UX 라이팅을 담당합니다. UX 라이팅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글쓰기 정도로 직역 가능한데, 디지털 플랫폼에서 고객이 길을 헤매지 않고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글로 매끄러운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지난해 회사에서 수립한 《UX 라이팅 가이드》를 바탕으로 전사 교육 및 전파 활동을 진행하며, 다양한 현업 부서와 협업해 기존의 대고객 안내 메시지를 개선합니다.

UX 라이팅에서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요?

‘카피’로 인식되지 않는 글 같아요. 광고에서 좋은 카피란 어떤 물건 또는 서비스에 흥미를 느껴 이를 구매하거나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하는 글입니다. 그런데 ‘마이크로 카피’로 알려진 UX 라이팅은 조금 목적이 달라요. 소비자가 어떤 물건을 사러 낯선 매장에 들어왔을 때 그 물건이 있는 곳을 정확히 설명하고 나아가 계산대의 위치나 결제 방법까지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표지판과 같은 역할을 지향하죠. 표지판의 내용이 정확하다는 점을 인상 깊게 기억하는 고객은 없지만 만약 잘못된 곳으로 이끈다면 화가 나서 아예 가게를 나가버릴 수도 있기에 하나의 문구를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데도 늘 주의를 기울입니다. 또한 안내문만이 아니라 앱의 구조나 경로 등을 개선해야 한다면 해당 업무 담당자와 논의해 함께 해나가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현재 어떤 단계를 진행 중인지 알려주는 UX 라이팅

기존에는 전문 용어를 사용한 형식적인 프로세스 안내로 다소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고자 내용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한 표현, 고객의 행동에 대한 응답 등으로 문구를 수정한 사례입니다.

 

UX 라이터로서 역량을 키우고자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사용자를 잘 알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적재적소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문구를 제공해야 자연스러운 경험 구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 금융 관련 법제는 변경이 잦을뿐더러 복잡한 부분이 많고 단어 하나를 고치거나 없애는 데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도 있어 UX 라이팅이 더 까다로워요. 그럴 때마다 현업 담당자에게 여러 가지 문의를 하며 업무적인 성장을 하려고 노력 중인데요, 기초적인 질문일 수 있음에도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항상 기꺼이 답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UX 라이팅 교육에서
직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어디까지 풀어 써야 할까?”를 많이 묻습니다. 당연한 내용도 상황에 따라 더 자세히 설명해야 할 때가 있고, 어려운 단어인데도 이미 고객들에게 친숙하다면 그냥 사용하기도 하니까요.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이렇게 쓴다!”는 정답은 없지만 고객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교육 자료를 만듭니다. 일례로 ‘떡락’이나 ‘주린이’처럼 투자자 사이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거든요. ‘전체 상품 조회’ 같은 일반적인 표현을 ‘모든 상품 보기’로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는 것도 가능하고요. 항상 직원들의 피부에 와닿는 예시를 풍부하게 준비하려고 해요.

대고객 메시지를 개선하기 위한 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나요?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 행동을 이끌어내는 메시지를 만들고자 우선 기존의 메시지를 파악합니다. 상품의 가입, 만기, 해지를 비롯해 주식 거래 체결 등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각기 다른 메시지를 사용 중이라 각 팀의 담당자와 함께 내용, 발송 대상 및 시기 등을 상세히 검토하는 것이죠. 이후 이를 받은 고객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또는 어떤 행동을 하길 원하는지를 고려해 개선안을 작성하고 관련 제도나 업무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지 담당자와 다시 확인합니다. 하나의 푸시 알림이나 문자 메시지를 변경하는 데도 일반적으로 여러 번 수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UX 라이팅의 가장 큰 매력을 꼽는다면요?

평소 ‘내가 정말 고객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는가?’를 많이 고민해요. 무의식중에 공급자 입장이 될 때가 있기 때문이죠. UX 라이팅은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얻고, 쉽게 목적을 이룰 수 있게끔 돕는 업무인 만큼 ‘사용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페이지에서 모르는 부분과 알고 싶은 부분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짚어봐야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UX 라이팅의 가장 큰 매력은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려줬을 때 느끼는 기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딱 맞는 위치에 제대로 들어맞는 글을 두었을 때 나오는 “아하!”라는 리액션이 큰 쾌감을 주는 것 같아요.

업무 중 가장 힘든 순간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때론 제가 하는 일이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앞서 플랫폼을 매장에 비유했는데 결국 사람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건 물건의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일 때가 많잖아요. 이름과 가격만 틀리지 않으면 그것이 필요한 사람은 아무 안내 없이도 어떻게든 상품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가거든요. 어렵게 구매했든 기분 좋게 구매했든 매출에 기여하는 금액은 같고요. 이런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지기도 하죠.

하지만 수많은 플랫폼이 경쟁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결국 고객이 우리 것을 선택하게 하는 요인은 우수한 사용성이라고 믿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느낀 좋은 기분이 뇌리에 각인돼 있다가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데이터나 리뷰, 주변 평가 등을 통해 사용자가 덜 헤매고 정확하게 행동해 목적지까지 자연스럽게 도착했다는 사실을 접할 때 큰 보람을 느껴요. 또 UX 라이팅의 필요성에 공감해 먼저 작업을 요청하는 분이 늘어날 때 굉장히 뿌듯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개선하기 전과 후의 텍스트를 기록해 데이터화하고, 표준화한 문구를 자동적으로 적용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UX 라이팅은 좋은 문구를 쓰는 것만큼이나 일관성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서비스에서 어떤 개념을 지칭할 때 매번 동일한 단어를 사용해야 고객이 헷갈리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양한 플랫폼의 텍스트를 UX 라이터가 전부 검수하기 어렵고, 모든 직원이 가이드를 하나씩 확인하며 글을 쓰기도 힘듭니다. 결국 어떤 부분에서는 표준화와 자동화가 필요하죠. 그 표준을 트렌드와 니즈에 맞게 다듬어나가는 것이 UX 라이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봐요. 현재는 다양한 문구를 직접 수정하며 적합한 표준을 수립하는 중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안내 메시지 하나에도 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최고의 고객 경험을 위해 앞으로 더 다양한 일을 해나갈 예정이니 관심을 갖고 UX 라이터 그리고 디지털플랫폼부를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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