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해법
무섭게 유능한 신입사원이 입사했습니다
2026.08
기술에 휘둘리지 않고, AI를 최고의 파트너로 길들이는 실전 가이드.

Q.

AX(AI Transformation)의 시대, 혁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내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피할 수 없습니다. AI를 내 능력을 펼쳐줄 진정한 업무 파트너로 만들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김덕진

IT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이자 AI3의 CSO, 세종사이버대학교 컴퓨터 AI 공학과 교수(AI교육센터장)를 맡고 있으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겸임 교수. 방송과 강연, 저술을 통해 기술 트렌드를 대중의 언어로 전하는 국내 AI 전문가다.

A.

매주 새로운 AI 모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기업들이 AX 혁신을 추진하는 요즘, ‘회사는 달려가는데, 나는 아직 준비 중인 것 같다’라는 불안에 깊이 공감합니다. 요즘 말로 이를 ‘AI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고 하지요. 하지만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이 발표한 <워크 트렌드 인덱스(WTI)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 3명 중 2명은 AI 포모를 겪는다고 답했거든요. 시대의 판이 바뀌는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진통인 셈입니다.

AI를 쓰는 실무자에서, AI를 이끄는 책임자로

올해 초 미국에서는 계약서 검토부터 재무 분석과 보고서 작성까지 해내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해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의 주가가 크게 출렁였던 적이 있습니다. ‘물어보면 답하는 비서’를 넘어 ‘알아서 일하는 능력자’로 발전한 것입니다. 저는 이 새로운 존재를 ‘무섭게 유능한 신입사원’이라 부릅니다. 문서 초안을 순식간에 뽑고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지만, 우리 회사의 맥락을 모르고 무엇보다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기 때문이죠.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본격화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 보스(Agent Boss)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입부터 임원까지 모든 직원이 AI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상사가 되는 구조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유능한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선배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일을 정확하게 시키고 결과물을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책임을 지지요 .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도 이와 같습니다.

첫째, 생각을 끌어내는 ‘발문(發問)’을 던지세요.

질문이 몰라서 묻는 행위라면, 발문은 상대의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해 던지는 물음입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답을 구하려고 묻는 게 아니듯, AI에게 단순 작업을 시키는 대신 특정 역할과 관점을 부여해 논리를 검증하게 하세요. 발문을 던지는 과정 자체가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현장 경험이 있는 숙련자만이 정확하게 허점을 가려낼 수 있으니까요. 인간의 전문성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제대로 묻고 명확히 가려내는 방법으로 쓰임새가 바뀌고 있습니다.

둘째, AI의 결과물을 ‘초안’으로 다루세요.
AI가 위험한 것은 틀릴 때조차 그럴듯하기 때문입니다. AI 사용자의 86%는 AI의 결과물을 ‘완성품’이 아닌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AI의 단순 활용 여부보다, 결과물을 의심하고 검증하여 다듬는 비판적 조율 능력이 진짜 경쟁력입니다.

셋째, ‘위임의 3단계’를 업무에 적용해 보세요.
그럼 이제 AI에게 일을 맡겨볼까요. 정리하기-초안 작성-검토하기의 과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보세요. 다만 업무를 맡기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 일은 맡겨도 되는 것인가?’ 맡길 일과 직접 할 일을 가려내는 것도 실력입니다.

모든 것을 맡기지 않는 것, 나만의 서사를 지키세요

쏟아지는 신기술을 다 섭렵하려고 하면 반드시 지칩니다. 그럴 때 저는 딱 한 가지 질문을 해봅니다. ‘이게 내 일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WTI 2026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의 성과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개인의 노력(32%)’보다 ‘조직의 시스템 설계(67%)’ 비중이 훨씬 컸습니다. 기술적 전환의 속도는 조직이 감당할 몫이며, 개인은 업무의 방향성을 유지하면 되는 겁니다. 실제로 AI 숙련자의 43%는 업무 감각을 유지하려고 ‘일부러 AI 없이 직접 처리하는 업무를 남겨둔다’라고 답했습니다.

반복 업무를 AI라는 유능한 신입사원에게 넘기고 확보한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 저는 이것이 AX 혁신의 진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이 일들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때 나의 서사가 확고해지는 것입니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묻고 답을 찾으며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은 결국 인간의 영역입니다. 유능한 신입사원은 일을 잘 가르치는 선배 밑에서 완성되는 법입니다. 그 선배가 바로 여러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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