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업무는
특별민원을 막아서는 슈퍼맨
2024.04
신한은행 전준영 조사역은 특별민원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막막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든든한 손길을 내밉니다.

담당하고 계신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신한은행은 악의적인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2016년 은행권 최초로 특별민원팀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2010년 입사해 영업점에서 근무하다가 2020년부터 소비자보호부에서 특별민원팀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영업점에 특별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에 대응하고 이로 인해 고통받는 직원들을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민원은 어떤 민원을 의미하나요?
해결 과정도 궁금합니다.

민원은 은행으로 직접 접수된 대내민원과 금융감독원, 국민신문고 등의 기관을 통해 접수된 대외민원, 그 외 다양한 채널로 접수된 특별민원으로 구분합니다. 이 중 특별민원은 반복적으로 악의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직원이 정상적으로 응대할 수 없는 경우를 뜻하죠. 대내민원과 대외민원은 조사역이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조사 결과를 안내하는 것으로 종결하거나 민원인과 조정 절차를 거쳐 협의한 후 마무리하는데요, 특별민원은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먼저 특별민원인을 영업점이나 직원과 분리하기 위해 민원인이 분노를 퍼붓거나 비난 혹은 협의할 대상을 저와 같은 특별민원 조사역으로 전환하도록 조치하죠. 만약 특별민원인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 직원의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범죄 피해자 안전 조치 등의 법적 절차를 밟기도 합니다.

범죄 피해자 안전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욕설, 폭언, 협박, 스토킹 등의 특별민원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 직원과의 심층적인 면담을 통해 경찰에 범죄 피해자 안전 조치를 신청합니다. 경찰이 이를 승인하면 보호 대상자에게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은행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데요, 이를 통해 직원은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고 실제로 특별민원인이 은행에 나타났을 때 스마트워치를 작동해 경찰이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범죄 피해자 안전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욕설, 폭언, 협박, 스토킹 등의 특별민원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 직원과의 심층적인 면담을 통해 경찰에 범죄 피해자 안전 조치를 신청합니다. 경찰이 이를 승인하면 보호 대상자에게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은행 주변 순찰을 강화하는데요, 이를 통해 직원은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되고 실제로 특별민원인이 은행에 나타났을 때 스마트워치를 작동해 경찰이 대응할 수 있게 합니다.

현장 동행 프로그램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나요?

2020년 사모펀드 사태 이후로 민원의 양상이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직원들의 응대 태도를 문제 삼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감정적인 민원이 많았지만 이제는 은행 업무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났어요. 본인의 요구를 관철하고자 은행 직원을 경찰에 고소하거나 진정을 접수하는 민원인도 많아져 이와 관련해 고충을 겪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민원팀에서 현장 동행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법적 문제를 특별민원팀이 풀 케어(Full-care)하는 직원 보호 장치예요. 경찰로부터 피고소인 출석요구 통지를 받은 직원이 현장 동행을 신청하면 특별민원팀이 사전에 경찰과 접촉해 고소 혹은 진정 내용을 확인하고 준법감시팀과 협업해 사건에 대응하죠. 이 과정에서 사안이 확대되지 않고 조기에 종료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특별민원을 처리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건 무엇인가요?

특별민원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은행 직원에게 잘못된 선택지를  제시하고, 본인이 제시한 선택지 이외에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기도 하지요. 특별민원이 접수되면 가장 먼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민원인이 주장하는 오류의 함정에서 직원들이 빠져나오도록 돕습니다.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노출돼 있는데 특별민원인들은 이런 상황을 악용하고 이들이 자기보다 열위에 있다고 생각해 괴롭히지요. 피해 직원 한 명을 위해서 상황을 해결하더라도 이 과정을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직원이 ‘은행이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지금까지 맡은
민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
가 있다면요?

오랫동안 채무 탕감을 요청해온 특별민원인이 전화로 “본점에 찾아가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적이 있는데요, 어느 날 실제로 찾아와 저에게 시너를 뿌렸습니다. 그 후로 라이터를 켤 때마다 몸에서 시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담배를 끊었지요. 지난해 연말에 그 민원인이 본점에 다시 찾아왔는데요, 눈에 띄게 쇠약해진 모습이 안타까워서 다시는 오지 말라고 말하며 버스표까지 끊어드렸어요. 하지만 얼마전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또 접수했더군요. 삼자대면장에서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고 ‘특별민원인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반복해서 민원을 제기해 특별민원 처리가 몇 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업무 중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특별히 힘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은행에서 일하는 여느 직원들과 똑같이 주어진 업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가족이 걱정하고 불안해할 때면 마음이 안 좋아지더라고요. 특별민원인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간혹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9월과 10월 집으로 불기소 통지서 2통이 연달아 날아와 제가 협박과 감금 혐의로 고소당했던 사실을 임신한 아내가 알게 됐어요. 은행에서 하는 업무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이해를 구했지만 아내가 걱정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아내는 요즘도 제가 출근할 때마다 “은행 가는 거 맞죠? 나 옥바라지 안 할 거예요”라고 아침 인사를 한답니다.

위험에 대비하고자 반드시 동행하는 분이 있다고요?

같은 팀 윤도영 조사역과 한 팀으로 다닙니다. 특별민원에 대처하다 보면 협박을 받거나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상대방이 제 말을 제멋대로 해석할 때도 많아서 이를 듣고 증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2인 1조로 움직이려고 하죠.

직원들로부터 문의를 많이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승진자 연수나 전 직원 화상 교육 등을 통해 특별민원 관련 강의를 자주 하고 있습니다. 강의에서 특별민원 사례를 들려드리면 “각 상황에 적용할 행동 가이드를 만들어달라” “어느 정도의 민원이 특별민원인지 기준을 알려달라” 하는 요청과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안타깝게도 특별민원인들은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할 수 없고, 민원 패턴도 제각각이라 상황을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또 특별민원은 정부 부처에서도 정의하는 바가 없습니다. 사람에 따라 괴롭힘을 참고 받아들이는 임계치가 다른 만큼 특정 민원을 특별민원이다 아니다 가르는 것도 모호하지요. 피해 직원이 민원인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면 특별민원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헷갈릴 때는 일반적인 민원 처리 단계를 따르라고 조언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상대가 민원 제기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민원 담당자로서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나요?

마지막을 지킨다고 생각하며 일합니다. 제 선에서 해결 못하면 결국 회사 차원의 법률적 대응이나 보상 단계로 넘어가므로 ‘절대 뚫리면 안 된다’는 마음을 다지죠. 요즘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특별민원인도 많은데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종 정책과 약관, 법률 정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을 지킨다고 생각하며 일합니다. 제 선에서 해결 못하면 결국 회사 차원의 법률적 대응이나 보상 단계로 넘어가므로 ‘절대 뚫리면 안 된다’는 마음을 다지죠. 요즘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는 특별민원인도 많은데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각종 정책과 약관, 법률 정보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올해는 ELS 관련 특별민원으로 고충을 겪는 직원이 없도록 관련 민원 처리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막막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직원과 민원인을 숱하게 만났어요. 민원이 해소된 후 긍정적으로 변한 직원과 고객도 많았지요. 제가 특별민원팀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그 어떤 직원도 혼자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끝까지 함께하는 것이 저희 팀의 존재 이유이자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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