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매일 만나는 동료들, 가끔 보는 동네 이웃들, 엄마 아빠 모임까지. 다양한 관계 속에서 잘 지내고 싶은데, 어디까지가 좋은 걸까요?
유세미
관계, 소통, 리더십 전문가이자 작가, 기업 강연가. 유튜브 채널 ‘유세미의 직장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 ‘관계의 내공’ ‘나는 왜 회사만 가면 힘들까?’ 등이 있다.
A.
우리는 살아가며 인간관계에 다양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시작되면 마치 내 목덜미를 잡힌 것처럼 온종일 신경이 쓰이고, 에너지도 빠르게 고갈되지요. 그래서 일상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편안한 우리들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Step 1.
서로의 영역은 지키는 겁니다
서로의 영역은 지키는 겁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서로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자고 작정하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동네 수영장에서 자주 만나던 이웃 주민과 친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뜻하지 않게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됐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백방으로 인맥을 동원해 문제 해결을 도왔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입니다. 괜찮은지 물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내 얼굴을 봐서라도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등 이런저런 말을 보태게 됩니다. 물론 이웃을 위한 조언임은 틀림없지만 내가 베풀었다고 마음껏 참견할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거리낌없이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행동은 결국 사이를 깨뜨립니다. 건강한 거리를 위해 발휘해야 할 영민한 테크닉은 무엇일까요? 과감하게 한발 물러서는 것입니다. 진심을 전하고 나서는 아무런 생색이나 조언은 하지 않는 거죠. 이것이 지켜야 할 예의이고 거리입니다.
Step 2.
조언에도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조언에도 타이밍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까워진다는 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일이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내 생각과 경험을 쏟아부으며 너무 바짝 다가서려 하지 마세요. 들어주기만 해야 할 때인지 의견을 건네도 좋을 때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꼭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보통 조언이라면서 쏟아내는 말 중에는 상대에게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씀씀이가 헤픈 후배에게 ‘그렇게 돈 쓰다가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한다’라고 말하고 나면 내 마음은 어떤가요? 속이 다 시원하다면, 그 말은 정말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려는 말이 상대에게 필요한 지도 생각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얘기해줘도 될까?’라는 식으로 가볍게 허락을 구해보세요. 좋은 조언은 상대의 삶에 내 답을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하나의 의견을 건네는 일에 가깝습니다. 말을 건넨 뒤에는 상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는 것까지가 조언입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어렵지요.
Step 3.
불편한 감정은 한 박자 늦춰도 괜찮습니다.
불편한 감정은 한 박자 늦춰도 괜찮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들의 안전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 사이지만 각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지요. 서준 엄마가 이야기하는 도중 하윤 엄마가 말을 끊고 나섭니다. “자기는 늦둥이라 그런지 걱정이 많네.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 아닐까.” 말이 끊긴 서준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당황스럽고 불쾌할 수 있습니다. ‘왜 말을 끊냐’ ‘그게 뭐가 과하냐’며 발끈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죠. 이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하는 원칙은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욱하고 올라온 감정을 한 박자 늦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걱정이 많다’라는 것은 상대의 해석일 뿐입니다. 정확하지도 않은 해석 때문에 곧바로 화를 낼 필요는 없는 거죠. 그렇다고 불편한 감정을 참고 넘어가라는 뜻도 아닙니다. 후회할 말을 내뱉기 전에 잠시 멈춰 내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정리한 후 표현하자는 뜻입니다.
인간관계에서 누구에게나 통하는 하나의 정답이란 없습니다. 억지로 애쓴다고 마음처럼 되지도 않지요.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지만 어디까지 다가가고 어디서 멈출 것인지 나만의 기준을 세워두면 관계 앞에서 덜 흔들릴 수 있을 것입니다. 상대가 무엇에 힘들어하는지, 무엇에 기뻐하는지 나와 같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인간관계는 서로의 거리를 가늠하며 온도가 맞아야 깊어지는 것입니다.



